2023년 11월 20일 월요일

[한국 TV 매거진 H] 노동법 관점에서 본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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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관점에서 본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

 
한국의 프로야구가 출범했던 1982년 당시 필자는 서울의 한 고교 1학년이었다. 당시 서울의 유일한 프로야구팀이었던 MBC 청룡의 팬이 된 것은 당연했다. 단지 서울이어서 그랬던 것 뿐만 아니라 MBC 청룡의 팀칼러는 입시로 지친 동급생들을 사로잡았다. 투수 김건우의 교통사고 소식을 버스에서 들었고 라이벌 OB 베어스의 우승을 눈앞에서 보다가 1990년 청룡이 LG 트윈스로 바뀌면서 창단 첫해 우승을 차지했다. 김용수, 김동수, 정삼흠, 김태원, 김기범, 노찬엽, 이광은, 김재박, 김상훈이 당시 주역들이다. 4년만인 1994년 염경엽의(?) 태평양 돌핀스를 꺾고 두번째 우승을 이광환 감독과 같이 이뤄냈다. 당시는 류지현, 서용빈, 김재현이 추가됐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2002년 트윈스가 삼성에게 한국 시리즈에서 졌을 때만 해도 다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때까지 10년의 암흑기가 올 줄 팬들은 정말 몰랐을 것이다. 지난 2006년 수퍼볼 MVP인 하인스 워드가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를 대표해서 시구를 할 때도 트윈스는 꼴찌팀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단지 잠실야구장에서 트윈스 선수들과 같이 호흡을 해서 너무 기뻤다. 그런데 그런 트윈스가 29년만에 2023년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매년 우승팀마다 사연이 있지만 트윈스는 그동안 탈쥐 효과니 DTD니 하며 조롱을 당했고 트윈스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 정도로 팬들이 수모를 당했고 선수들은 더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작년에 염경엽 감독이 영입됐을 때 심지어는 트윈스 팬들도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염 감독의 광주일고 선배지만 넥센 히어로즈에서 염 감독 밑에서 코치를 했던 KT의 이강철 감독은 선수시절 최고의 스타였지만 염 감독은 고교, 대학, 프로에서 한번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작년에 정규시즌 2위였지만 3위 키움 히어로즈에게 져서 류지현 감독이 경질됐을 정도로 올시즌 우승에 대한 압박은 심했다. 염갈량이라고 불리우는 염 감독은 “시련을 겪고 한동안 휴식 시간을 가졌던 게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며 늘 공부하는 감독이었다.
트윈스 선수들 모두 힘들었지만 주장 오지환 (일명 오지배), 마무리 투수 고우석, 올해 2루수 붙밖이 신민재, 선발투수로 전환한 이정용, 유일한 국내 선발투수 임찬규, 우승팀 NC에서 방출됐던 김진성, 1루수,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다 맡았던 김민성, 염 감독과 다시 만난 포수 박동원,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와 타자 오스틴 딘 등이 특히 큰 기여를 했다. 켈리의 경우 전반기에 부진하자 팬들이 다른 투수를 데리고 오자고 움직이었지만 염 감독이 켈리를 믿고 맡겼고 켈리는 후반기에 부활했다.
대부분의 팬들이 고우석에게 마무리를 맡기기 말자고 했지만 염 감독은 한국 시리즈에서 고집스러 울 정도로 그를 믿었다. 고용주가 직원이 잘못할 때 마다 해고한다면 어느 직원이 그 회사에 남아있 을까? 아무리 팬들이 욕을 하고 화를 내지만 그들은 야알못 (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20억원 이상을 받는 염 감독 만큼 야구를 알까? 염 감독이 대주자로만 기용됐던 신민재에게 2루수를 맡긴 것처럼 고용주는 직원의 능력을 보고 맞는 업무를 맡겨야 한다. 그리고 고우석처럼 한번 그를 마무리 투수로 썼으면 일단 믿고 보는 믿음의 경영을 펼쳐야 직원들도 자기 회사인 것처럼 근무한다. 말만 자기 회사인 것처럼 일하라고 요구하면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시즌 초반에 불펜 투수들이 부진할 것을 대비해서 유영찬, 백승현, 박명근 같은 거의 신인 불펜 투수들을 준비시켜서 대박 상품 으로 키워낸 것이 염 감독이다. 물론 염 감독 뿐만 아니라 이호준
타격코치, 김성근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 수석코치, 주루사를 당할 때마다 팬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던 박용근 주루코치 등 매니저급 직원들도 트윈스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그래도 염 감독은 팀이 졌을 때마다 자기가 책임을 졌다.
코리안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경기였던 이번 3차전에서 역전홈런을 쳤던 오지환은 특히 트윈스의 흑역사를 같이 했던 선배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같은 은퇴한 선배들에게 공을 돌리는 성숙함을 선보였다. 늘 트윈스는 모래알 같았은데 이번에는 끈끈한 팀워크로 기적을 창출해냈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딴 팀으로 갔지만 이번 트윈스 우승의 기반을 닦아준 이형종, 채은성, 유강남 선수들도 팬들은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다른 회사에서 일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오랬동안 공헌했던 전직원들의 공도 인정해 줘야 참다운 고용주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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