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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비전 판고 R&D 센터. 사진=한화비전
한화비전 판고 R&D 센터. 사진=한화비전

[THE Biz(더비즈)=정윤식 기자] 한화비전 미국법인이 전 UX디자인 책임자로부터 직장차별 소송을 당했다. 중국계 여성인 원고는 성별·인종에 따른 업무 배제와 차별 신고 이후의 보복해고를 주장했다.

지난 7월7일(현지시간) 커이 오드리 텅(Ke Yi Audrey Terng)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카운티 상급법원에 한화비전아메리카(Hanwha Vision America, Inc.)와 듀클로(Duclo, Inc.)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듀클로는 텅이 2022년 6월 입사해 UX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한 미국 회사다. 한화비전아메리카는 2024년 9월 듀클로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텅은 듀클로 디자인 부문에서 보수가 높은 직원에 속했다.

앞선 7월3일 텅은 캘리포니아주 민권국(CRD)에 차별·괴롭힘·보복 진정을 냈다. 민권국은 같은 날 즉시 소송권 통지서(Right-to-Sue Notice)를 발급했다. 진정 사건은 통지서 발급과 동시에 종결됐다.

소장에는 캘리포니아 공정고용·주거법(FEHA) 위반에 따른 보복과 차별, 괴롭힘 등 9개 청구 원인이 담겼다. 성별·인종·출신국 차별과 보복, 부당해고 청구는 한화비전아메리카를 대상으로 했다. 장애차별과 합리적 편의 미제공, 장애 관련 협의 절차 위반 청구에는 듀클로도 피고로 포함됐다.

텅은 인수 이후 업무 책임과 권한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직속 직원 한 명에 대한 관리 권한도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직무의 남성 직원들은 기존 권한과 직속 인력을 유지했다. 회사 내부 회의와 의사소통, 직무 기회에서도 배제됐다는 입장이다.

텅은 소속 조직에서 여성 디자이너의 승진 사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성 직원들은 여러 차례 승진했다고 밝혔다. 남성 직원 한 명이 사내 워크숍에서 문제 행동을 보인 이후에도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례도 제시됐다.

사진=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카운티 상급법원 소장 발췌
사진=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카운티 상급법원 소장 발췌

2025년 4월 텅은 관리자와 인사부서에 괴롭힘과 차별 문제를 구두로 알렸다. 두 달 후부터 동료와 상사들이 공개석상에서 전문성과 판단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았다는 설명이다. 텅을 비롯한 비한국계 여성 직원들이 담당 업무의 디자인 결정과 프로젝트 연락에서 배제됐다는 내용도 제시했다. 같은 해 8월 사내 행사에서는 한 고위 임원이 여성의 행동 방식에 관한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텅은 해당 발언을 회사에 신고했다.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는 성별·인종·출신국에 따른 차별과 적대적 근무환경을 인사부서에 서면으로 알렸다. 구두·서면 신고 이후에도 별도의 시정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올해 2월 인사평가에서 텅은 '기대치 일부 충족' 등급을 받았다. 과거 평가에서는 기대치를 초과하는 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낮아진 평가에 앞서 회사로부터 경고나 상담을 받지 못했다. 성과개선계획(PIP)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3월25일 업무 성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텅은 성별·인종·출신국과 장애, 차별 신고가 해고의 실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텅은 듀클로 입사 초기부터 퇴행성 디스크와 좌골신경통 등 만성 허리질환을 앓아왔다고 밝혔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통증이 심해진다는 사실도 상사에게 알렸다. 한화비전아메리카의 인수 이후에는 장시간 근무와 의무 출장으로 증상이 악화됐다는 입장이다. 근무시간 단축도 합리적 편의로 요청했다. 2026년 초 상사는 업무 중 나타난 신체적 불편을 개인 활동 탓으로 돌렸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가 편의 제공을 위한 협의 절차에 나서지 않은 점도 청구 사유로 제시했다.

지난 2025년 10월 말과 2026년 2월 초 텅은 근무환경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증, 공황발작을 회사에 서면으로 알렸다. 회사는 서신의 다른 내용에는 답변했다. 장애와 관련한 협의 절차는 시작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텅은 임금과 복리후생, 장래 소득능력 손실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정신적 피해와 법정 구제, 징벌적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소송비용과 변호사 비용의 지급, 배심재판도 요청했다.

※ 용어 설명

소송권 통지서(Right-to-Sue Notice): 행정기관에 진정을 낸 사람이 고용차별 문제를 법원에서 다툴 수 있음을 알리는 문서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공정고용·주거법에 따른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민권국에 진정을 접수해 이 통지서를 받아야 한다.

공정고용·주거법(FEHA): 캘리포니아주의 고용과 주거 영역에서 인종·출신국·성별·장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과 괴롭힘, 보복을 금지하는 주법이다. 고용 분야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용자에게 차별 방지와 장애인에 대한 합리적 편의 제공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