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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사진=SK온
SK온 미국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사진=SK온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SK온의 미국 법인이 한국계 직원을 우대하고 미국인 직원을 차별했다는 혐의로 대규모 집단 소송에 직면했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한국계 하급자가 본인보다 10만 달러 이상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불합리한 임금 구조와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 가해진 보복 행위를 주장했다.

19일(현지시간) 원고 존 브루셰이버(John Brueshaber), 데스몬드 새먼(Desmond Salmon), 러셀 브래처(Russell Bratcher) 등은 미국 조지아주(州) 북부지방 연방법원 애틀랜타 지부에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 아메리카(SKBA, 이하 SK배터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SK배터리가 한국계 혈통(Korean ethnic ancestry)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우대하는 반면, 미국인 직원들에게는 차별적인 보상과 처우를 적용해왔다는 점을 소송의 핵심 이유로 명시했다.

소장에 따르면 원고 존 브루셰이버는 자신이 직접 관리하고 감독하는 직책상 하급자인 한국계 직원이 자신보다 연간 총보상액 기준으로 10만 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임금 역전’ 현상은 단급 직원의 역량 차이가 아니라 오직 ‘한국계’라는 민족적 배경에서 기인한다. 또한 SK배터리는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채용된 한국계 직원들에게도 막대한 부가 혜택을 제공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차별적 혜택에는 높은 수준의 기본급뿐만 아니라 매월 지급되는 상당액의 주거 지원비, 차량 보조금, 자녀 교육비, 지급이 보장된 거액의 보너스 등이 포함됐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동일한 직급이나 더 높은 직무상의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보상 체계에서 철저히 배제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차별이 특정 관리자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한국계 우대를 위해 정교하게 설계된 구조적 문제라고 못 박았다.

사진=미국 조지아주(州) 북부지방 연방법원 애틀랜타 지부 소송장 발췌

부당한 처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후 발생한 보복 행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원고 데스몬드 새먼과 존 브루셰이버는 사내의 차별적인 보상 관행에 대해 서면으로 공식 항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개선 조치가 아닌 인사상의 불익이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항의 직후 주요 관리자 의사결정 회의에서 배제됐으며, 기존에 행사하던 팀 감독 권한과 직무상 영향력을 강제로 박탈당하는 등의 사실상의 보복성 조치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SK배터리의 행위가 정당한 권리 행사를 억압하려는 고의적인 괴롭힘이자, 미국 현지 노동법을 위반한 보복 행위라고 규정했다.

법적 근거로는 인종 및 민족에 따른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는 미국 연방법 제42조 제1981항(42 U.S.C. § 1981)이 제시됐다. 원고들은 SK배터리의 행위가 고용 계약의 체결 및 집행 과정에서 인종적 특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연방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향후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의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민권법 제7조(Title VII) 위반 혐의를 소장에 추가로 포함시킬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고들은 “본인들 및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SK배터리 아메리카의 모든 미국인 직원들을 대변해 본 소송을 제기한다“며 “원고들의 비한국계 혈통이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원고들이 동일한 직급 내에서 한국계 혈통이었더라면 실질적으로 더 높은 보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피고의 차별적인 보상 관행은 시스템적이고 중앙 집중적으로 관리되며, 조지아주 커머스 시설의 유사한 상황에 있는 비한국계 미국인 직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용어 설명

미국 연방법 제42조 제1981항(42 U.S.C. § 1981): 인종이나 민족에 관계없이 모든 시민이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짐을 명시하여 고용 및 비즈니스 관계에서의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는 법안이다. 특히 고용 계약뿐만 아니라 임금 결정과 승진, 해고 등 노동 환경 전반에서 인종적 특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방지하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된다.

연방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 직장 내 인종, 성별, 종교 등 다양한 요인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 법률을 집행하고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독립 정부 기관이다. 근로자가 차별이나 보복 행위를 당했을 때 조사 및 중재를 진행하며, 고용주가 이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직접 소송을 제기하거나 피해자의 법적 구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민권법 제7조(Title VII): 고용주가 직원의 인종, 색깔, 종교, 성별, 출신 국가를 이유로 채용, 해고, 임금 등 고용 전반에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핵심 법률이다. 또한 이런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조사에 협력한 직원을 대상으로 해고, 강등 등의 인사상의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 또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