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생활] 법정 소송, 공동 대응의 한계
김해원/변호사
[LA중앙일보] 04.06.15 23:04
생선 이름 공익소송 공동 대응 / LA한인타운 노래방들의 음원 저작권료 요구에 대한 공동 법적대응 /중소기업상품 쇼케이스 K. 소호'
이런 신문 제목들을 보면서 우리 한인들만큼 공동대응, 집단판매라는 용어를 좋아하는 민족이 있을까 궁금해한다. 어떤 법적 이슈에 대해 공동 대응이라는 세 불리기식의 대처가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민 역사를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사방에서 차별을 당하는 척박한 이민사회에서 교회나 동문회, 동향 모임같은 지연, 학연, 혈연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큰 힘이 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공동 대응하는 일식당이나 노래방들마다 사정이 다르고 원고 측이 원하는 보상액도 각각 다를 것이다. 공동대응에서 이런 차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다. 법적용어로 업소마다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 있는데 모든 업소들을 균등하게 대표한다는 공동 집단 법적대응이 과연 가능할까? 돈이 많은 피고도 있고 돈이 적은 피고의 업소도 있고 조금만 내고 해결하고 싶은 업소도 있고 끝까지 싸우고 싶은 업소도 있을 텐데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많으면 좋다는 의미의 '규모의 경제'는 꼭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공동대응하는 업소들 사이에 방향을 놓고 갈등이 생기면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데 그것은 또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물론 공동 대응의 경우 정보 교환이 유리하고 함께 대응한다는 감정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것만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없다.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자기 업소에 가장 경제적으로 유리할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원고측은 피고들이 집단 대응한다고 꼭 무서워하고 개별 대응한다고 만만하게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공동 대응이 꼭 옳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단지 주류사회에 대해 수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끼는 한인사회에서는 무슨 이슈만 있으면 무조건 공동 법적 대응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고 싶어서이다.
공동 법적 대응만이 아니다. 한국의 중소기업 상품 쇼케이스인 'K.소호(K.Soho)'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난 2013년 11월 한국 중소기업의 미국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 목적으로 베벌리힐스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K.소호'는 8개 업체의 가방, 화장품, 주얼리와 50여 개 생활용품 제품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고 가격대도 10달러 미만부터 8000달러의 고가품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가격의 폭이 넓고 품목이 다양하다보니 타겟 고객층이 애매 모호하다. 그리고 8개 업체들을 한 군데서 다 신경써서 잘 판매해주겠다는 목표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이 업체들이 모두 다 자기네 상품을 열심히 팔아줄 것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착오다. 수천 년 동안 집단 농경사회로 살아온 한국과 석양의 카우보이식으로 개인주의 해결방식을 고집해 온 미국 사회의 차이를 망각한 전형적인 결과라고 본다.
물론 위에 언급했듯이 공동 집단 대응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스페이스가 유행이면 전 국민이 노스페이스를 입어야 안심하는 것처럼 남이 한다고 다 따라서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비즈니스 사업주라면 무조건 '함께 하기' 전에 무엇이 나에게 좀 더 유리한지를 이기적으로 고려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 See more at: http://m.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290783&referer=#sthash.iMITIq9I.dpu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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