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중앙일보] 발행 2018/03/02 미주판 3면 기사입력 2018/03/02 01:04
유명 스타트업 CEO 상대
한인 베아트리스 김 소송
지난 1월 회사측 배상 합의
한인 베아트리스 김 소송
지난 1월 회사측 배상 합의
샌프란시스코수피리어코트에 따르면 한인 여성 베아트리스 김씨가 실리콘밸리 지역 '베터웍스(Betterworks)'와 이 회사 크리스 더건(43) 전 CEO 등을 상대로 제기한 성추행 소송에서 양측은 지난 1월 100만 달러의 배상금 합의를 결정했다.
베터웍스에서 2년간 근무한 김씨는 지난해 7월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면서 "더건 CEO가 농담 등을 빙자해 성차별적인 발언과 희롱을 가했고, 회사 야유회에서 술에 취해 나의 다리를 만졌다"고 주장했었다.
이 업체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던 소프트웨어 제작 스타트업 기업이었으나 김씨의 소송 제기로 크게 논란이 됐었다.
당시 더건 전 CEO는 대부분의 혐의 내용을 부인했지만 논란의 책임을 지고 사임을 했고, 투자 유치 계획마저 줄줄이 취소되는 등 경영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성추행 혐의 여파가 기업의 존망까지 흔든 셈이다.
최근 구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한인 로레타 이씨의 성차별 소송<본지 3월1일자 A-3면>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내 성추행 관련 소송들은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미 데이브 맥클루어(500 스타트업), 저스틴 콜드벡(바이너리캐피털), 트래비스 캘러닉(우버) 등은 성희롱 및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를 한 바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 직장 내 '남성 중심의 문화(bro-culture)', 실리콘밸리의 유니콘 기업(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꿈꾸는 허상 등과 맞물려 부정적인 단면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아태성폭력방지협회(APIGBV)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10명 중 6명은 남성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성희롱 또는 성추행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 또 미국 내 한인 2명중 1명(약 50%)은 "주변으로부터 성추행 및 폭력을 경험한 한인 친구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소피아 최(25)씨는 "실리콘밸리가 첨단 산업의 집합체 지역이라서 많은 젊은이가 '앞서가는 곳'이라는 기대와 이상을 갖고 이곳이 문을 두드리는데 그만큼 실패와 좌절도 많은 곳"이라며 "다소 자유로운 분위기는 있지만 신생 회사가 워낙 많다 보니 문제가 생겼을 때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도 많고 여성의 경우 성추행 같은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김해원 변호사는 "'마초 주의'가 만연한 곳에서 특히 소수인 아시아계 여성은 성적 피해를 쉽게 받을 수 있어 매우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실리콘밸리 뿐 아니라 한인 고용주들도 가주공정고용주택국(DFEH)이 직장 내 성희롱 방지를 위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숙지해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성폭력 피해 사례가 이어지자 얼마 전 실리콘밸리에서는 한인 여성들이 피해 예방을 위한 웹사이트(www.betterbrave.com)를 개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본지 2017년 8월12일자 A-1면>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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