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2일 토요일

[열린 광장] 오스카상과 올림픽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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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오스카상과 올림픽의 차이

김해원 / 변호사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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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2/22 미주판 14면 기사입력 2020/02/21 19:50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수상 소식을 들으면서 아버지의 사촌형님이신 유준(당숙)이 아저씨를 떠올렸다. 지금은 작고하신 김유준 미술감독은 1962년부터 1999년까지 '축제', '태백산맥', '장밋빛 인생', '서편제', '고래사냥', '경마장 가는 길', '어둠의 자식들'등 170편의 미술감독을 맡았다. 그 중 유현목 감독의 '불꽃'을 비롯해 7번에 걸쳐 대종상 미술부문 수상을 했던 한국 영화 미술계의 거장이셨다.

'기생충'의 세트 디자인으로 전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이하준 미술감독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 후보에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올랐지만 퀀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게 수상을 놓쳤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 감독과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해 각본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습니다. 이 기쁨을 충무로의 모든 스토리 텔러, 감독들과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기생충’의 수상은 현재의 ‘기생충'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충무로 전체의 경사다.

만일 당숙 아저씨가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셨다면 뭐라고 말씀하셨을지 궁금하다. 아마 현장에 계셨다면 당연히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들과 충무로의 감독들에 대해 밤새도록 토론을 하지 않으셨을까.

봉 감독을 비롯한 '기생충'제작진들이 물론 그날 매우 피곤하고 배고팠겠지만 초청 받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배니티 페어 애프터 파티에 좀 오래 머물면서 네트워킹을 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봉 감독의 말대로 로컬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로컬 뒤풀이 파티에는 같이 어울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댓글들이 한국 기사에 많이 붙은 것을 보고 한국 독자들의 오픈 마인드를 다시 한번 느꼈다.

마지막으로 봉 감독에게 차기작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쓸데없는 부담을 주지 말자.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아니다.

이번 오스카에서 봉 감독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코세이지, 퀸틴 타란티노, 샘 멘데스같은 거장들도 오랫동안 오스카상을 수상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과정을 겪었다. 싸이도 강남스타일 이후 미국 시장에서 이 노래를 능가하는 히트곡을 못 발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봉 감독이 아카데미나 골든글로브 후보에 한동안 오르지 못하거나 수상하지 못해도 당연하게 여기고 응원해야 한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형 에이전시인 윌리엄 모리스가 봉 감독을 대표하고 있다. 외국어 영화 속 자막 1인치 장벽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든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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