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5일 일요일

[법과 생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직장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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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직장 성희롱

김해원 / 변호사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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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4/06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20/04/05 12:46


1991년 미국에 오고 2년 뒤 서울을 방문하면서 작은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지하철을 탔는데 사방에서 너무 가까이 접근해서 내가 접촉하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다. 미국에서 2년 동안 있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철저히 지키다가 한국에 가서 25년 동안 익숙해있던 풍습을 다시 겪으면서 낯설었던 것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다. 은행에서 마켓까지 앞사람과 뒷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고 입장한다. 그러나 LA 코리아타운에서는 여전히 대형 사무실 빌딩 앞에서 마스크를 턱에 걸고 30~40대 한인 남성들이 무리를 지어 담배를 피우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전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도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행위, 마켓에서 툭툭 치면서 지나가는 행위, 길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는 행위, 식당 앞에서 점심 먹고 담배 피우는 행위,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이 내리기 전에 올라 타면서 신체적 접촉을 하는 행위,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손 안 씻고 나오는 행위 등 미성숙한 행위들이 너무 많은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고쳐지기를 바란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생겼지만 고용법 전문 변호사로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성희롱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코로나 사태가 끝난 다음에도 이를 지켰으면 한다.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나 동료 직원 사이에 불필요한 육체적 접촉, 너무 가까워서 개인 공간을 침범하는 접근, 사적인 쓸데없는 질문 등 성희롱을 유발할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근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면서 여직원들과 남자 직원들, 특히 50~70대 한인 남성직원들과 20~40대 여직원들 사이에 성희롱에 대한 개념이 하늘과 땅 차이임을 절실히 느낀다. 직원들을 가족이라고 여긴다는 이유로 온갖 사적인 질문과 참견을 한다. “미스 김 시집 안가?” “이 대리, 애는 언제 낳을 거야?” 같은 회사 내 질문이나, 직원 채용 인터뷰에서 “애 낳은 다음에도 직장 다닐 건가?” “종교는 뭔가?” “집은 어디에 있나?” 같은 사적인 질문들도 고용법 위반 사항이다.

영화 ‘베테랑’에서 조회장 (송영창 분)이 최상무 (류해진 분)에게 “너 우리 식구 맞지” 하면서 유아인 대신 범죄를 뒤집어쓰라고 종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직원들이 식구, 가족이라고 착각하는 한인 고용주들이 많은데 절대로 직원들은 식구가 아니다. 그리고 식구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기는 오지랖은 가주 고용법에서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

영화 ‘범죄도시’에서 장첸 부하가 “우리 형님이 가장 싫어하는 게 같은 동포다”라고 조선족 조폭에게 강조한다.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직원은 같은 식구라는 표현이다. 식구라고 예의를 지키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많은 한인직장 내에서 식사시간이 되면 회사 내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함께 밥을 먹도록 강요하거나 아니면 같은 부서원들끼리 회사밖에 나가서 식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식사시간은 업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시간이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혼밥, 혼술도 많아지고 회식이 없어지고, 쓸데없는 오버타임 없이 정시퇴근이 많아지는 것도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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