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2일 금요일

김해원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스마트 기기에 의한 초과 근로와 관련된 연방법 개정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관련법이 각 사업장에서 무리없이 적용될지는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메일·카톡 근무…"퇴근이 사라졌다"
Jul 22, 2016 07:12:43 PM


인터넷 이용 근로자 44% 직장 밖 업무지시 경험, 초과근로 수당 지급 여부'폭풍의 핵'부상   

[이슈진단]
밤에도 걸핏하면 업무 재촉, 직장·가정 경계 흐릿
'스마트 기기 초과 근로수당' 연방법 개정 움직임

 늦은 밤이나 주말에 스마트폰으로 발송된 직장 상사의 이메일이나 카톡 업무 지시에 답하면 초과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로 인해 업무시간이 끝나고도 직장인들은 직장 상사에게서 지시를 받고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직장과 가정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이 같이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이나 카톡을 이용해 퇴근 후 업무처리도 엄연한 노동인 만큼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당위론 속에서 현실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에 혼선과 혼란이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퇴근후에도 업무에 시달려
 한인타운 내 중견기업 디자인부서에서 일하는 박모(남·32)씨는 몇 년 전부터 퇴근 개념이 사라졌다. 업무시간이 끝나 사무실을 나선 뒤에도 직장상사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수시로 업무지시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 주에는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디자인 시안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라고 재촉했다"며 "잠을 자다 메시지를 확인 못하면 다음날 핀잔을 듣기 때문에 항상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씨의 사례처럼 퓨리서치센터가 작년에 조사한 결과로는 퇴근 후에도 업무에 매달리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의 35%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말미암아 근무시간이 늘어났다고 했다. 또 44%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직장 밖에서도 정기적으로 일한다고 답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 때문에 편리해진 점이 있지만, 직장 일에 매달리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시 퇴근'이 지켜지고 초과 근무는 돈으로 보상하는 미국의 문화를 고려하면 퇴근 후에 상사의 이메일에 공짜로 답하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특히 답장을 보내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때에는 더 그렇다.
▶T-모바일 직원 소송 합의
 이런 종류의 업무를 초과 근무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9년 이동통신사 T-모바일 영업팀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회사가 블랙베리 휴대전화를 지급하고 나서 근무시간이 아닌데도 고객 및 직원의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에 답하도록 했다고 폭로했다. 이 소송은 결국 회사가 직원들에게 비공개 합의금을 주는 것으로 합의해 종결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인 근로자가 이메일이나 카톡과 관련된 초과근로수당을 청구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이메일이나 카톡 업무 처리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끝난다는 점 때문이다.
 설사 이 같은 초과근로수당 지급이 법제화가 되더라도 실제 법이 제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즉 퇴근 후 또는 주말에 이메일이나 카톡으로 수행한 업무 시간을 객관적으로 체크해 노사 양측이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김해원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스마트 기기에 의한 초과 근로와 관련된 연방법 개정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관련법이 각 사업장에서 무리없이 적용될지는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아무리 시간이 짧아도 모으면 큰 것이 된다"며 "고용주는 업무 시간 외 근무 시간을 정확히 기록해 계산하고 근로자 역시 기록을 남겨 인정시간이 되면 고용주에게 청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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