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
[LA중앙일보] 발행 2018/07/18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7/17 19:28
지난 2013년 이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던 레이커스는 그 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줄리우스 랜들, 브랜든 잉그램, 카일 쿠즈마, 론조 볼 같은 유망주들을 뽑았다. 하지만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도 못해서 팬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결국 참지 못한 매직 존슨 사장은 팀의 재건을 위해 '우승 청부사' 제임스와 손을 잡았다.
대신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인 랜들을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로 보내고, 제임스가 원하는 포인트 가드 레이존 란도를 데리고 왔다. 또한 LA출신인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포워드 카와이 레너드를 데려오기 위해 다른 유망주들을 트레이드할 계획도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제임스는 윌트 챔벌린, 카림 압둘 자바, 샤킬 오닐처럼 우승에 목말라 레이커스로 이적한 스타들의 전철을 밟았지만, 일부 골수 레이커스 팬들은 현재의 '팀 케미스트리'를 헤친다는 의미에서 제임스의 영입에 반대하기도 했다. 자체(Home grown) 유망주들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제임스의 영입으로 쉽게 우승을 하겠다는 레이커스와 달리 지난해 메이저리그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나 지난 4년 사이 3번에 걸쳐 NBA 우승컵을 품에 안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참을성 있게 여러 해에 걸쳐 강한 팀을 건설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러시아 월드컵 최대의 스타가 된 골키퍼 조현우는 만년 하위팀에서 주목을 못 받다가 주전 골키퍼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조현우는 현재 리버풀 등 영국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 축구협회는 이런 재목을 왜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의문이 생긴다.
또한 스웨덴과의 월드컵 8강전에서 세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 28년 만에 4강 진출을 일군 잉글랜드의 골키퍼 조던 픽퍼드도 조현우 못지 않은 깜짝 스타다. 픽퍼드는 A매치 출전 경험이 8경기에 불과한 24살짜리 국제 무대 신인으로, 그동안 무명 생활을 전전하다 지난 2016년 선더랜드에서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했다. 2017년에는 영국 골키퍼 중 최고 몸값을 받고 현재 팀인 에버턴으로 이적했다.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케이트 대표팀 감독이 그를 러시아 월드컵 최종 명단에 포함했을 때 자국 내에서도 논란도 일었지만 그는 강력하게 픽퍼드를 밀었고 16강전까지 4경기에서 한 차례도 무실점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를 신임했다. 픽퍼드의 능력을 알아본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안목을 보면 '인사는 만사'라는 격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 교훈은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미주 한인사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현재 한인사회는 사상 최저라는 미국 내 낮은 실업률로 인해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떡잎부터 알아보는 될 성 부른 신입사원을 뽑아서 재목으로 키우기보다는, 이중언어에 능숙하고 미국 문화를 잘 아는 경력 직원을 현장에 투입해서 당장 효과를 얻기를 원하기 때문에 더욱 직원 뽑기가 힘들다고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밝히고 있다.
우리 사무실 고객사 가운데 회사 창립 때부터 같이 고생한 직원들 중 능력이 있는 매니저급을 발탁해 지사장으로 보내거나 더 중요한 일을 맡겨서 성공한 경우를 많이 봤다. 타사나 경쟁사에서 잘나가는 경력 직원을 영입해 타성에 젖은 회사 운영에 자극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경우가 더 잘하는 일이라고 판단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잘못 뽑은 직원 때문에 고생하는 사장들을 보면 사람 채용하는 일처럼 힘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천하의 제갈공명도 울면서 자신이 뽑은 마속의 목을 치는 '읍참마속'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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