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28일 월요일

[법과 생활] "직원은 식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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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직원은 식구가 아닙니다"

김해원 / 변호사
김해원 / 변호사 
[LA중앙일보] 발행 2019/01/2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1/28 19:02



부인이 일식집 주인이고 남편이 스시 셰프인 경우나, 남편이 식당 주인이고 부인이 서버인 경우 스시 셰프나 서버가 손님이 준 팁을 가져갈 수 있냐는 질문을 늘 받는다. 대답은 간단하다. 안 됩니다. 

그다음 질문은 그러면 부모가 식당 주인이고 아들이나 딸이 거기에서 일할 경우 팁을 받을 수 있냐는 약간 진일보(?)된 질문이다. 역시 대답은 간단하다. 안 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용주는 아무리 일을 했어도 팁에 손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식구가 그 식당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 문서상에 이름도 올라가 있지 않고 이사회에 아무런 직책을 지니고 있지 않은 데도 팁을 가져가면 안 되냐고 물으시지만 대답은 늘 "NO"입니다.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한인 고용주분들이 "직원을 식구처럼 대한다"고 자랑하시지만 필자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이 말이다. 왜냐하면 직원은 절대로 식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는 공적 조직이지 사적 조직이 아니다. 식구라고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최근 한국 대기업 소유주들의 갑질들도 회사를 사적 조직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해프닝이다. 유명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회사인 넷플릭스는 "우리는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we are a team, not a family)라고 강조한다. 즉, 가족 같은 사적 관계가 아니라 공적 관계를 지향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가족(家族)은 일본식 한자이고, 일제 강점기부터 쓴 말이다. 그전에는 '식구(食口)'라고 했고, 지금도 어르신들은 '식구'라 한다.

한국의 전관 예우와 달리 변호사를 하다가 경험이 쌓여서 법관이 되는 미국에서는 후관 예우가 금지된다. 즉, 새로 법관이 된 변호사는 재판 전에 자기가 그전에 어떤 로펌 소속이었다고 밝히면서 혹시라도 그 로펌이 관련된 케이스와의 이해 상충(conflict of interest)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힌다.

필자도 고용주와 직원, 부부, 절친한 친구들이 공동 피고인 경우나 회사와 소유주가 공동 피고인 경우 잠재적인 이해 상충이 피고들 사이에 있어도 변호사로 선임하겠다는 동의서에 서명들을 반드시 받는다.

최근 한국에서 시끄러운 손 모 국회의원의 가족과 보좌관 자녀 등이 나서면서 '문화재 보호'라는 공익과 '재산 증식'이라는 사익을 구별하지 못했다고 비난을 받았다. 이는 이해 상충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문화재청을 소관기관으로 둔 국회 문화체육 관광위원회 소속의 국회의원이 지인·친척들에게 문화재 지정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을 매입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해 상충 금지의 위반이기 때문이다. 이 행위가 부동산 투기냐 아니냐를 떠나서 공적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이 식구들을 동원한 사적인 문제 해결로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을 충돌하는 상황을 불러일으키면 안 된다. 

또한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의 서 모 국회의원은 지난 2015년 국회 파견 중이던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성추행범인 지인의 아들의 벌금형 선처를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경우도 공익과 사익을 구분하지 못해서 발생한 사건이다. 

옛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치지 말아라"라는 말이 있다. 즉, 멀리서 봤을 때 마치 오얏을 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오해받을 일을 저지르지 말라는 교훈이다.

아무리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우리가 남이가"라고 외쳐도 직원들은 남이고 회사는 공적 조직이기 때문에 늘 공익과 사익 사이의 이해 상충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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