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문제 될까 '말 조심 행동 조심, 술 마시는 회식 줄고 성희롱 방지교육 등 강화
[뉴스포커스]
미국 직장인 3분의 1 "전보다 많이 달라졌다"
성적 위법행위에 대해 스스럼없이 항의·상담
"급변하는 직장내 성 문화 흐름 뒤쳐지면 낭패"
#한인타운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김모씨(50)는 최근 미투운동 이후 달라진 직장 분위기를 실감한다. 상사가 여직원에게 조금이라도 도가 지나친 농담을 던지면 동료 직원이 오히려 "그런 말 하면 안된다"며 제지를 한다. 김씨는 "10년 전만 해도 회식 자리에서 남자 직원들이 여직원에게 '어린 여자가 따르는 술 좀 마셔보자'고 말하고 딸 같다는 이유로 서스름없이 어깨동무를 하곤 했다"며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뒤에는 나 부터가 여직원을 대할때 더 조심하게 되고 직장내 회식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한 "미투운동으로 인해 남녀를 떠나서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게 되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AP통신과 소프트웨어 회사 SAP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의 약 3분의 1이 미투운동이 확산된 이후 직장에서 동료들과 성적인 위법 행위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고, 직장내 성희롱 문제에 관련한 동료간의 태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변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인사회도 미투운동으로 인해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미투 운동에 찬성하는 미국 직장인의 비율은 45%로 반대 27%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찬성 의견을 보였고 남성 응답자의 경우 10명 중 4명이 찬성한 반면, 10명중 3명 정도가 미투 운동에 반대하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의 60%가 미투운동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비교해 성희롱 경험이 없는 직장인은 찬성 비율이 42%로 대조를 보였다.
미투 운동으로 인한 변화는 이뿐 만이 아니다. 미국 성인 직장인의 10명중 4명은 지난 2년동안 업주가 직장 성희롱 방지 교육을 시작했으며 이로인해 직장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김해원 노동법 변호사는 "미투운동 이후에 직장 및 종교단체, 일반 소매업체 등 다양한 곳에서 성희롱 방지교육 문의가 급증하고, 직장에서의 술 회식 등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미투 운동을 통해 한인들이 평소 몰랐던 성희롱 문제에 관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인타운의 한 회사에 입사한 임모씨(35)는 입사 하자마자 성희롱 방지 교육을 받았다. 임씨는 "예전에는 이런 교육을 따로 받은적이 없었는데 회사에서 성희롱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가 됐다"며 "교육을 받고 나니 직원들과 대화할 때도 더 말을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성희롱 방지 교육을 실시한 후 직장 내에서 직원이 수퍼바이저와 성적 위법행위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고 답한 근로자는 지난해 23%에서 41%로 증가했고, 동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답한 근로자는 27%에서 38%로 증가해 큰 변화를 보였다.
LA에서 30여년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최모씨(55)는 "80년도만 해도 직장에서 회식하면 상사가 '꽃밭에 앉아있다'라든지 노래방에 가면 "젊은 여자랑 춤 춰야 제맛이지"라는 등의 말을 일삼았다고 회상하면서, "요즘 세상에 그런 말 했다간 큰일나. 잡혀가지"하고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50대 남성 직장인은 회식 자리에서 동료 여직원에게 "술 좀 따라보라"고 말했다가 "여기가 술집이에요? 직접 따라 드세요"하는 반응에 진땀을 흘린 적이 있다는 경험을 전하며 "이후로 말과 행동에 극히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순간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하기도했다.
이번 설문조사가 말해주듯, 미투 운동을 거울 삼아 한인사회에도 여성과 남성이 공존하는 직장 내에서 서로를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직장 문화에 대한 변화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뒷받침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투운동이란: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미투운동은 2017년 10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해시태그를 다는 것으로 대중화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