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업소, 사무실 등 CCTV 설치 급증…프라이버시 놓고 찬반 갈등도
[뉴스진단]
회사·업주 "도난 사고 방지…업소 관리에 필요"
직원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스트레스 심각"
변호사 "직원들에게 알리지않고 설치하면 불법"
#LA 한인타운의 한 회사에 입사한 김모씨는 얼마전 사무실에 CCTV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김모씨는 "일하다가 가끔 휴대폰을 보거나 딴청을 피우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서 딴짓을 할 수가 없다"며 "사장이 온종일 CCTV만 들여다 보는건 아니지만 누군가 지켜 보고 있다는 사실이 찜찜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직원들의 불평에 타운의 한 업주는 "가뜩이나 사건 사고도 많은데 직원관리를 하려면 CCTV는 필수"라며 "오죽하면 내 돈 들여 CCTV를 설치하겠냐"는 입장이다.
최근 LA 한인타운과 다운타운 등지에 회사를 비롯해 식당, 커피숍, 마켓, 소·도매 가게 등에 CCTV 설치 업체가 급증했다. 심지어 한인타운의 비영리 단체도 CCTV 설치에 동참하는 실정이다. 같은 공간 안에서 CCTV 감시 하에 프라이버시가 없어서 불편하다고 느끼는 직원들과 CCTV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업소 관리를 하는 업주들간의 갈등 요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바의 한 매장에서 캐시어로 근무하는 정모씨는 요즘 CCTV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씨는 "손님에게 현금을 받으면 CCTV 앞에서 지폐를 한장 한장 넘기면서 세야하는데 CCTV가 머리 위, 뒤, 옆, 앞까지 4면으로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끔 손님이 없을때 간식을 먹고 있으면 사장이 전화가 와서는 '밖에 나가서 먹어라'고 참견을 한다"며 "개인 휴대폰으로 뭘 보는지까지 CCTV에 노출될까봐 신경이 쓰일 정도로 프라이버시가 전혀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타운의 한 업체에서 일하는 이모씨 역시 "회사 곳곳에 CCTV가 너무 많아서 직원들이랑 대화 하면서도 혹시 녹음이 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감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싫다"고 말했다.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와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직원들과 달리, 업소 관리를 위해 CCTV를 설치한 업주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타운 내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식당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 때도 한시도 CCTV가 연동된 휴대폰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최씨는 "식당 규모가 크고 일하는 직원도 많아서 관리 차원에서 CCTV를 설치했다"며 "직원들이 한가해 보이면 전화해서 일을 지시하기도 하고 중요한 손님이 오면 더 신경을 쓰게된다"고 말했다. "특히 CCTV를 통해 식당이 바빠 보이면 다른일을 하다가도 들어가서 일손을 돕고, 한가하면 일찍 퇴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배달 업체를 운영하는 업주 윤모씨 역시 CCTV를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윤씨는 "CCTV로 가끔 직원들을 들여다 보긴 하지만 물건을 도난 당하거나 배달 착오가 생기는 경우에 CCTV는 문제 해결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얼마전 업체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에 누군가 흠집을 냈는데 CCTV를 의식했는지 쪽지를 남기고 갔다"고 그는 전했다.
한 비영리 단체 관계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노출된 공간에서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대비해 안전상의 문제로 CCTV를 설치했다"며 "물건 도난 방지 차원에서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조언
노동법 전문 김해원 변호사는 "합법적으로는 업주가 직원들에게 정확한 CCTV의 위치를 지도나 서류로 표기해서 자료로 명시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CCTV에 목소리가 녹음되는 경우엔 반드시 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탈의실과 화장실 등 프라이버시가 요구되는 공간에서는 CCTV 설치를 금지해야 한다. 김 변호사는 업주가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가 "직원들이 알 것이라고 여기고 직접 CCTV에 관한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에 사생활 침해로 고소를 당하면 업주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