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이명박 전 대통령 보석 판결 내린 판사
[LA중앙일보] 발행 2019/03/13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9/03/12 19:18
변호사들도 종종 이 웹사이트를 이용한다. 해당 판사가 절차를 중시하는 지 아니면 소송에 대해 실질적인 면을 중시하는지 혹은 고용주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지 경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송 전략을 짜기 전에 사이트에 올라 있는 의견들을 검토해 볼 수 있어 유용하다. 하지만, 불리한 판결이나 일반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판결을 내렸다고 소셜네트워크(SNS)에 그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든지 신상털기를 하고 인신공격성 욕까지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해준 서울고법 형사 1부 정준영 부장판사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필자는 "한국에서 어느 고교를 졸업했느냐"는 다소 사적인질문을 받으면 "제가 1회 졸업생이라서 잘 모르실 거에요"라고 말을 돌린다. 그래도 물어보면 "혜민스님이 나온 청량고등학교에요"라고 털어놓았는데, 이번 정 판사 신상털이에 모교 이름이 나왔다.
재판부는 건강상의 이유로 신청한 보석 사유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구속 기한인 오는 4월 9일까지 모든 재판을 끝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보석 판결을 내렸다. '국민정서법'에 어긋나는 이 판결을 두고 필자의 동창은 "썩어빠진 판사 X끼" "사지를 XX버리고 싶다"는 등 심한 욕설을 들어야 했다. 정 판사는 오래 전부터 차세대 대법관으로 꼽힐 정도로 유능한 판사였는데 이번 판결로 유명세까지 탔다. 친구가 "전형적인 판레기(판사+쓰레기) 쌍판"이라는 등 욕까지 들을 정도로 정말 잘못했는지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고교 시절 전교 1등을 도맡아 했던 정 판사는 늘 겸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친구였다.
이번 결정에서 보석 조건부로 달린 주거·외출 제한, 접견·통신 금지 등을 보면 이 전 대통령은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병 보석이 아니라고 재판부가 이미 밝혔지만 반대 진영은 막무가내다. 정치 평론가들은 '내 편 아니면 다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결국 여권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고, 이번 결정이 이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것도 아닌데, 단지 '석방'이라는 표현만 보고 흥분해 판사를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법적 판단에 맡겨야 하는 일이다. 판결이 싫으면 법적으로 대처하면 된다. 소신 있게 판결을 내린 정 판사가 마음 상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친구에게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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