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5일 수요일

[법과 생활] 성희롱 피해자와 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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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성희롱 피해자와 가해자

김해원 / 변호사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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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07/15 미주판 17면 기사입력 2020/07/14 18:16

대개 성희롱 소송으로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는 두 부류다. 먼저 본인이 성희롱 ‘가해자’로 비난받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회사에서 발생한 성희롱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고용주가 비난받는 경우다.

전자의 클라이언트는 성희롱 가해자로 의심받는 것을 두고 너무나 분노한다. 되레 상대를 “명예훼손으로 소송하겠다”며 법적 자문을 구하지만 가주에서는 불가능하다. ‘안티 슬랩’법 때문이다. 가주에서는 원고가 이 법을 통해 보호를 받는다. 안티 슬랩은 의사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는 악의적 소송을 막기 위해 1992년 제정됐다.

요즘 한국 정치권을 보자. 워싱턴주 변호사 출신인 문미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자살한 박원순 시장의 유족을 대리해 고인에 대한 일방의 주장, 근거 없는 내용을 유포할 경우 법적으로 엄중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고인에 대해 제기된 논란과 관련,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명예훼손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식의 명예훼손 소송은 가주에서는 불가능하다. 법적 소송은 아니어도 고인은 물론 고인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가 당할 수 있는 명예훼손만큼은 사실관계 조사를 통해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가 성희롱 예방 교육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 있다. “남자들은 호숫가에서 장난삼아 돌멩이로 개구리를 맞추지만 당하는 여자들은 개구리처럼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이 말은 박 시장이 변호사 시절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1998년)’ 고소장에 적은 마지막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이렇듯 한국 역사상 최초로 '성희롱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인식을 처음 만든 변호인이 박원순 시장이다.

특히 박 시장은 변호사 시절 성희롱 여부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그 누구보다 강조했다. 이는 가주의 성희롱 판단 기준과도 부합한다.

서로 호감이 있던 히스패닉 남녀 직원 사이에서 성희롱 소송이 발생했는데, 회사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고용주도 소송에 휘말린 적이 있다.

필자는 고용주로부터 둘 사이에 오간 낯 간지러운 통화 내용을 증거로 상대방 변호사에게 보냈다. 상대 측 변호사는 이 증거를 무시한 채 해당 여직원이 울면서 호소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역시 피해자 중심으로 주장을 펼쳤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주가 직원들 사이의 성희롱 사실을 보고받거나 알면서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함께 소송을 당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유명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서정협 서울시 부시장 등 서울시 전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지난 10일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이 박 시장의 성추행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또, 경찰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죄 혐의도 고발장에 넣었다.

연구소 측은 서 부시장 등이 박 시장의 행동을 인지했거나, 적어도 보고를 받았음에도 피해 여성을 다른 부서로 전보해주거나 박 시장에게 무리한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촉구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강제추행죄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에 대한 고소는 당사자의 자살로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돼 수사가 종결될 듯하다. 박 시장은 한국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인물이다. 사후라도 철저한 사실 관계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서울 시장 이전에 인권 변호사였던 박 시장의 영전에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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