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1일 토요일

‘SB 62’(생산량 따른 임금 금지법) 법안 입법 눈앞, 한인 의류·봉제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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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62’(생산량 따른 임금 금지법) 법안 입법 눈앞, 한인 의류·봉제업계 비상

2021-09-10 (금) 남상욱 기자

 시간 당 임금 의무화에 인건비용 상승 불가피

 하청업체 임금 체불, 원청업체에 책임 전가도 부담

피스 레이트 지불을 금지한 SB62 법안의 입법이 가시화되며 한인 봉제와 의류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로이터]

생산량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피스 레이트’(piece-rate)를 금지하고 최저임금 시급제를 규정한 소위 피스 레이트 금지 법안인 SB62가 캘리포니아 주의회 상하원의 표결 문턱을 넘어서 입법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 봉제업계와 의류업계는 SB62 법안의 현실화가 업계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대안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피스 레이트 금지법 SB62 법안은 8일 하원 표결을 통과해 가주 상하원의 승인을 모두 얻은 상태다.
9일 LA 타임스에 따르면 SB62 법안은 가주 상원으로 다시 보내어 하원에서 요구한 문구 수정안에 대한 최종 승인 투표를 거친 뒤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서명을 받아 입법화되는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하원에서 요구한 수정 내용은 하청업체의 임금 체불에 대해 원청업체인 의류업체와 소매업체의 책임 범위에 대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SB62 법안의 실제 시행 시기는 현재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 관행으로 굳어진 임금 산정 방식인 피스 레이트 제도가 불법으로 규정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법안 시행에 따른 파괴력은 상당하다.

그중 한인 봉제업계는 SB62 법안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피스 레이트 금지 법안 시행을 업계 생존과 연계된 중대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피스 레이트 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한인 봉제업체는 전체 업체 중 90%가 넘을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지한 한인봉제협회(회장 잔 이)는 오는 23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향후 대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한인봉제협회 잔 이 회장은 “SB62 법안은 봉제업계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 동시에 법안이 실시되면 협회의 존속 여부도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며 “긴급 이사회를 통해 협회 차원의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인봉제협회가 취할 수 있는 대안 카드는 많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원청업체의 봉제 작업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현재보다 40~50% 정도 단가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한인봉제협회 이 회장은 “결국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원청업체들의 봉제 단가 인상을 요구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며 “긴급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도 단가 협상에 국한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인 의류업계는 한인 봉제업계보다는 다소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하청업체의 임금 체불에 따른 책임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SB62 법안이 현실화되면 임금 체불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생산 기지를 가주에서 벗어나 네바다나 텍사스와 같은 타주 또는 멕시코 티화나로 이전하는 의류업체들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SB62 법안과 관련해 한인의류협회(회장 리처드 조)가 대안 마련을 위한 운신의 폭은 매우 좁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형 한인 의류업체들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중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겨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중소 의류업체들만이 자바시장 내 봉제업체들을 사용하고 있어 협회 차원의 의견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한인의류협회가 대안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도 그만큼 고민이 깊다는 반증이다.

한 대형 한인 의류업체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자바시장 내 수입 판매하는 업체들과 그렇지 않은 업체들 사이에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며 “어쩌면 SB62 법안이 시행되면 자바시장의 거품이 제거되면서 업계가 재편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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