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생활] 한인사회의 '난닝구 영웅'
[LA중앙일보] 발행 2018/12/12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12/11 18:22
그런데 새로운 '난닝구 영웅'이 나타났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마지막 장면인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서 러닝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열창하는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다. 이 공연은 1985년에 열렸으니 1988년 개봉한 '다이하드'보다 앞선 영웅이다.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예전 공연도 생생하게 볼 수 있지만 인터넷이 없던 당시만 해도 이런 공연을 했다는 뉴스만 접했지 공연 장면은 볼 수가 없던 시절이다. 더구나 무지한 군부정권은 1975년부터 1989년까지 '보헤미안 랩소디'가 공산국가 체코슬로바키아(현 체코)의 일부인 보헤미아에 대한 노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묶어서 퀸의 노래나 공연 장면을 접하기 힘들었다.
'다이하드'의 존 매클레인이나 퀸의 프레디 머큐리는 모두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뜻의 속어)', 흙수저, 헝그리 정신의 대변인이다. 지연, 혈연, 학연 없고 '빽'도 없이 오직 실력만으로 힘든 세상을 헤쳐 나갔기 때문에 영웅이다. 솔직히 퀸은 결성 당시 헤비메탈의 성골인 레드 제플린이나 핑크 플로이드와 달리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못 받았지만 늘 열심히 실험적인 노래들을 추구하고 팬들과 호흡을 맞추려는 노력으로 특히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들어 부모님 상을 당하신 지인들이 주변에 많아졌다. 필자나 지인들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데, 장례식에 가면 고인의 약력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이 한국에서 화려한 경력과 학력을 가지셨다가 60~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와 제 2의 삶을 힘들게 꾸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 이민 온 한인이나 한인1.5세, 2세들은 당시 이민자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상도 하지 못하고 1세들이 일군 토양 위에서 어떻게 보면 쉽게 살고 있다.
최근 한인사회에서 두 분의 올드타이머가 별세하셨다. 한 분은 임윤영 하이소사이어티 양복점 사장이시고, 다른 한 분은 코리아타운경찰위원회 회장을 역임하셨던 김완택 회장이시다.
20년 전 미국에서 필자에게 첫 양복을 만들어 주신 임 사장님의 양복을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처음 하이소사이어티 양복점에 갔을 때 임사장님이 할리우드 스타들과 같이 찍은 사진들을 보고 상당히 감동을 받았었다. 또 김 회장님은 20년 전 필자가 신문사 재직 당시 코리아타운경찰위원회 등 한인단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뵈면서 한인타운 치안을 위해 경찰을 후원하시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었다.
두 분 유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면서 이렇게 한인사회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기여한 한인 1세들이 제대로 조명을 못 받으면서 한 분 한 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프레디 머큐리가 영화로 인해 사후 27년만에 재조명을 받았듯이 맨손으로 지금의 한인 사회를 일군 한인 1세 '난닝구 영웅'들의 교훈을 이제라도 한인 사회가 더 늦기 전에 체계적으로 재조명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듯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한인 사회의 문제점들을 2019년을 맞아 한인 사회의 역사를 재조명을 통해 해결을 모색해 보는 것이 나의 소박한 새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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