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일 화요일

[법과 생활] '충성심'보다 '실적'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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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충성심'보다 '실적'이 먼저다

김해원 / 변호사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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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20/12/0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20/12/01 18:36

노 사장은 필자의 오랜 클라이언트다. 상당히 크고 안정적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남 부러울 것 없는 노 사장도 매년 고민이 있다. 인사(人事)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萬事)다.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노동법 상담 중 그가 인사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오 이사란 인물은 회사 내 2인자다. 학벌은 좋은데 미국 시장 경험이 부족하다. 경험 많은 직원들에게는 열등감을 갖는다. 한번은 아랫사람들에게 “파벌 형성하지 말라”고 했단다. 그런 오 이사는 정작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직원만 총애하면서 파벌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건 잘 모르는 듯하다.

오 이사에게 충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유 부장은 업무 능력에 비해 불평과 남 탓이 많다. 경쟁자들을 헐뜯고 내부 정치에 몰두하느라 업무는 뒷전이다. “회사 지원이 부족하다” “프로젝트에 성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나는 뛰어난데 동료들의 능력이 부족하다” “OO 직원은 버릇이 없다.”
수십 년간 사업체를 운영해온 노 사장은 “일 잘하는 직원은 누구 편에 붙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는데…”라며 오 이사와 유 부장이 못마땅하다.

반면 업무 능력이 뛰어난 권 팀장은 혼자 책임지는 스타일이다. 실수를 해도 굳이 변명하지 않는다. 부하 직원이나 동료 탓도 안 한다. 윗선이 바뀌어도 ‘줄서기’ 같은 건 없다. 오 이사와 유 부장은 그런 권 팀장이 내심 언짢다. 소위 ‘조아리지’ 않아서다. 경영자인 노 사장 입장에서는 회사를 더 크게 키우기 위해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이다.

다나카 가쿠에이는 1970년대 초 일본 수상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수상이 되기 전 동경 대 출신이 많은 대장성 장관으로 임명됐었다. 곧바로 엘리트 관료 집단인 대장성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당시 다나카는 취임사에서 이런 우려와 불만을 일거에 해소했다. “여러분은 천하가 알아주는 수재다. 나는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사람이다. 더구나 대장성 업무에 대해 깜깜하다. 따라서 일은 여러분이 하라. 나는 책임만 지겠다.” 노 사장에게는 오 이사나 유 부장보다 이런 직원이 필요하다.

최근 미국프로농구(NBA) 관련 뉴스를 보려고 인터넷을 뒤지던 중 ‘체이스 다운 NBA’라는 유튜버를 알게 됐다. 구독자 수 1만6900여 명인 이 유튜버는 스포츠 기자 뺨칠 정도의 정보력과 분석력을 갖추고 있다. 단언하건대 한국에서 이 유튜버보다 더 실력을 갖춘 기자는 없다. 이렇게 이제는 일반인이 언론 또는 기자보다 더 많은 정보와 실력을 가진 시대가 됐다. 정치, 경제, 문화, 법률 등 각 분야에서 틀에 박힌 기성 언론보다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버들의 내공이 더 깊다.

미국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주류 언론들을 기계적으로 번역만 하는 한국 언론들과 달리 일부 유튜버들은 직접 팩트 체크까지 하면서 심도있는 정보를 전달한다. 이들은 기성 언론의 편향된 뉴스와 차별화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이 주류 정치계로 진출한 혼혈 한인 당선자를 두고 “100% 한국 순종이 아니라 아쉽다”고 발언해 비난을 받았다. 팬데믹 같이 위기 때는 ‘한국 순종 연방의원’보다 덩샤오핑이 주장했던 흑묘백묘론이 더 필요하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는 실력파 인재가 절실해서다.

매년 고민하는 노 사장께 올해도 같은 조언을 반복했다. “직원들을 파벌로 구분하고 충성심으로 평가하지 말라. 평소 실력과 결과물만 보면 된다.”

올해는 한인 기업 내 권 팀장과 같은 인재들이 객관적으로 정확히 평가받기를 바란다. 그게 궁극적으로 한인 기업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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