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5일 일요일

[법과 생활] 직장 내 휴대폰 사용 금지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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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생활] 직장 내 휴대폰 사용 금지할 수 있나

김해원 / 변호사
김해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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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12/16 미주판 25면 기사입력 2019/12/15 12:28

연말이면 업주들로부터 종업원이 사용 안 한 유급병가를 돈으로 지불해도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법적으로 안 해도 된다고 해도 고용주로서 최소한 그 정도는 해주고 싶다고 한다. 따뜻한 배려에 필자도 그렇게 하라고 말한다. 영화 ‘극한직업’에서처럼 ‘목숨 걸고 일하는 소상공인들’인 우리 클라이언트들도 연말연시에는 최대한 종업원을 배려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국에서 뉴스 아닌 해프닝이 일어났다. 현대차 노조가 현대차 울산공장의 와이파이 사용 제한이 노사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사측은 결국 울산공장 내 와이파이 접속시한 제한을 유보하고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이런 웃지 못할 현실은 사측이 안전문제를 이유로 울산공장 생산라인에 무료로 제공되는 범용 와이파이 접속을 근무시간 외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작업 중에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면 사고 위험이 발생하고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당연한 논리에서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2011년 노사 합의로 설치된 와이파이는 8년간 전일 사용해 왔고 이를 제한하는 것은 노사합의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근로자의 업무 행태는 작업 중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지 말라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나 하는 안전지시를 해야 할 정도다. 반면 한국GM은 범용 와이파이를 설치하지 않고, 작업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 공장 역시 범용 와이파이가 없다. 현대차 앨라배마주 공장에서는 작업장 내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고 개인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근무 중 휴대폰 사용은 미국 내 한인 업주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슈다. 휴대폰 사용으로 업무 생산성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휴대폰 사용이 일상화된 요즘 종업원의 사적인 사용과 업무적 사용의 균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업무 중 휴대폰 사용 제한이나 금지를 명할 권리가 고용주에게 있지만 이런 제한이나 금지는 반드시 문서로 된 회사방침을 통해 해야 한다. 근무 도중 사적인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면 학부모 직원들의 경우 아이들의 안전이나 긴급상황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근무 도중 휴대폰 사용제한이나 금지조항을 명문화할 때는 업체 규모, 직장 문화나 업무 생산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 업체일 경우 한 직원이 여러 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근무 중 휴대폰 사용을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

또한 휴대폰 사용 제한은 단순히 문서화된 방침을 배포하는 것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되고, 직원의 휴대폰 사용으로 발생하는 고용주의 고충을 직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특정 인종이나 집단에게만 사용을 제한할 수 없고 제한은 공정하고 일관돼야 한다.

많은 경우 고용주들은 근무 시간에는 과도한 휴대폰 사용을 자제토록 하고 필요할 경우 휴식 시간이나 식사 시간에 사용할 것을 회사 방침으로 정할 수 있다. 개인적인 용도로 휴대폰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음란한 내용, 욕설이나 차별성 발언, 공격적이고 명예훼손적인 내용이나 표현은 제한할 수 있다.

휴대폰 사용 규제와 관련해 고용주들이 명심해야 하는 점은 한 두 명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전 직원들의 사용을 제한한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올 한해도 목숨 걸고 같이 일해온 고용주와 종업원들이다. 조금씩만 양보하면 휴대폰 사용같은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목숨을 걸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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