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7일 화요일

연말 일감 없다고 ‘강제 무급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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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일감 없다고 ‘강제 무급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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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12/17 미주판 3면 기사입력 2019/12/16 20:48
자바시장 일부 한인 업주 논란
직원들 “보너스는 못줄 망정…”
풀타임 무급휴가 강요못해
#. LA다운타운 패션디스트릭 자바시장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김모(28·여)씨. 지난 11월 직장을 그만뒀다. 종업원 70명 정도인 김씨의 전 직장은 한인 업주가 제법 수완을 발휘해 매출도 탄탄했다. 김씨는 “작년 연말 때 전 직원 7일 휴가를 준다고 해서 신이 났다”면서 “하지만 3일 전 통보와 함께 돈은 안 준다고 했다. 노동법 신고가 들어갈까 봐 말로만 공지하며 강제했다. 올 연말도 똑같은 행태가 예상돼 직장을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 또 다른 한인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이모(30·여)씨는 ‘차별’에 분개한다. 이씨는 “회사에 한인과 비한인 직원 20여 명이 일할 때 야근수당을 못 받는 건 한인 직원이다. 샐러리에 다 포함됐다는 말만 한다. 비한인 직원은 소송할까 봐 ‘칼퇴(정시퇴근)’를 시키고 잔업 하는 사람은 한인 직원일 때가 많다”고 전했다.

“연말 일감이 없으니 쉬세요. 단 무급입니다.”

자바시장 등 일부 한인 중소업체가 노동법을 무시한 채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 특히 한인 업주는 ‘말이 통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연시해 직원들 불만은 쌓여간다.

자바시장에서 일하는 한인 직원 중 연말이 반갑지 않은 이들은 많다. 누구는 연말 보너스에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휴가를 간다지만, 이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한인 디자이너와 패턴사 등에 따르면 자바시장 한인업체는 11월 말을 기점으로 일감이 대체로 줄어든다. 협력사가 연말 휴무에 들어갈 때가 많아 평소보다 여유롭다.

장모(35·여)씨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회사가 크리스마스 때부터 내년 1월 첫 주까지 휴무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예년처럼 이번에도 무급이 될 것이란 통보가 내려졌다. 말이 연말 휴무지 실상은 강제 무급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씨는 “회사가 연말 슬로우하다며 직원보고 쉬라고 하는데 나갈 수도 없다. 다들 뭐라 말도 못 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일부 한인 업주는 연말이라며 일과 후 회식과 사내 이벤트를 강요해 눈총을 받는다. 한인 의류업체는 사장, 부사장, 매니저까지 가족경영 형태가 많아 요구사항도 각양각색이다.

이모씨는 “회식 때 남자 사장이 성적 이야기를 담은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올해 크리스마스이브 때는 전 직원 성탄절 의상을 입고 오라고 했다. 직원은 배려하지 않고 회사를 자기 놀이터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인 중소업체의 비합리적인 직원 대우는 규모와 상관없다. 그보다는 업주의 경영철학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직원 10명인 의류업체 패턴사로 일하는 김모(29?여)씨는 “회사는 작지만 직원 모두 유급병가 1년 6일, 입사 1년차부터 유급휴가를 쓰고 있다”면서 “이번 연말에도 일주일 정도 쉬지만 회사가 임시 휴업하는 만큼 급여는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풀타임 직원을 상대로 무급휴가를 강제하면 노동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

우선 캘리포니아주 노동법에 따르면 하루 2시간 미만 또는 일용직 직원이 아니면 법이 정한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일을 하기로 한 직원에게 1시간만 일을 시키면 4시간에 해당하는 임금(Reporting Time Pay)을 줘야 한다.

김해원 변호사는 “풀타임 직원에게 무급휴가를 강제하려면 회사 운영정책에 해당 시기가 명확하게 적혀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연말 사업체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정직원에게 무급휴가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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